스페이스X는 우주 개발과 로켓 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xAI는 대표 AI 비서인 그록(Grok) 개발에 주력해 왔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회사는 이제 하나의 기업이 됐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주 xAI와 스페이스X를 통합한 스페이스XAI(SpaceXAI) 출범을 발표했다.
이번 브랜드 통합은 AI와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 사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 고객이 아직은 신중한 접근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시장조사업체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의 수석 자문 애널리스트 지한 나나바티(Jehaan Nanavaty)는 “스페이스XAI는 AI 인프라 분야에서 신뢰할 만한 사업자로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주력 AI 공급업체로 선택할 단계에는 아직 이르다”라고 평가했다.
나나바티는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앤트로픽, 구글 등 기존 AI 공급업체들은 거버넌스와 규제 준수, 기업 지원, 생태계 성숙도 측면에서 여전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I 확장의 해법은 우주”
일론 머스크는 2023년 3월 xAI를 설립했다. 이후 2026년 2월 스페이스X가 xAI를 인수하면서 머스크의 AI와 우주 사업 비전이 하나로 통합됐다. 당시 스페이스X는 AI, 로켓, 우주 기반 인터넷, 모바일 직접 통신을 결합해 “지구 안팎을 아우르는 가장 야심찬 수직 통합 혁신 엔진을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xAI는 그록의 성능 고도화와 함께 콜로서스(Colossus) 개발도 이어왔다. 회사는 콜로서스를 세계 최대이자 최고 성능의 AI 슈퍼컴퓨터라고 소개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구축된 이 시스템은 약 20만 개의 엔비디아 H100 GPU를 연결한 클러스터로 구성됐으며, 단 122일 만에 완성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스페이스X는 지상 AI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막대한 전력 공급과 냉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xAI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AI 확산에 따른 전 세계 전력 수요는 “가까운 미래에도 지상 기반 인프라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회사도 “장기적으로 AI를 확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주 기반 AI”라며 대규모 자원을 필요로 하는 AI 연산은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공간으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주가 ‘스페이스(space)’라고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출범한 스페이스XAI는 로켓과 위성 제조 역량에 AI 인프라를 결합해 태양광으로 구동되는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이르면 2028년 ‘AI 컴퓨트 위성(AI Compute Satellites)’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인수한 AI 코딩 기업 커서와 공동 개발한 첫 AI 모델도 이번 주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신청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5년 AI 분야에 127억 달러(약 19조 원)를 투자했다. 이는 다른 사업 부문 투자액의 3배를 넘는 규모다.
비슷한 시기 스페이스X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미국 우주 경제 활성화(Boosting America’s Space Economy)’ 계획을 제출했다. 이 문서에는 최대 100만 기의 위성을 궤도 데이터센터로 운영하고, 태양광으로 위성 내 컴퓨팅 시스템을 구동하는 구상이 담겼다.
스페이스X는 AI 인프라 분야에서도 대형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앤트로픽은 콜로서스 사용을 위해 월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지급하기로 했으며, 구글도 월 9억 2,000만 달러(약 1조 3,800억 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AI 모델보다 인프라로 승부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의 나나바티는 스페이스XAI가 그록 AI 모델과 콜로서스 GPU 클러스터, 스타링크 네트워크, 스페이스X의 발사 역량을 결합한 전략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수준의 수직 통합”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나나바티는 “스페이스XAI가 계획대로 로드맵을 실행한다면 AI 모델 성능 경쟁이 아니라 인프라 경쟁력을 차별화 요소로 삼아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페이스XAI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AI와 우주 인프라의 결합을 꼽았다. 스페이스XAI는 “실질적인 경쟁자가 없는 궤도 수송 능력을 보유한 선도 기업”이며, 스타링크도 전례 없는 규모로 위성을 생산·배치·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나나바티는 “궤도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조직이 있다면 바로 스페이스XAI”라고 말했다. 이어 550억 달러(약 82조 원)를 투입해 건설하는 초대형 AI 위성 생산공장 ‘기가샛(Gigasat)’이 이러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면적 1,100만 제곱피트 규모의 이 공장은 우주 데이터센터용 AI 컴퓨트 위성을 생산하는 시설로, 이르면 2027년 말 착공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우주 기반 AI 컴퓨팅은 풍부한 태양광 에너지 활용, 지상 에너지 인프라 의존도 감소, 궤도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나나바티는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개념이 아직 “대부분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주에서 하드웨어를 유지·보수하는 문제를 비롯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또한 스페이스X는 대규모 공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발 일정이 수년씩 지연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나바티는 “2028년 시범 시스템 구축은 현실적인 목표로 보인다”라면서도 대규모 상용 서비스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궤도 기반 AI 데이터센터가 지상 데이터센터를 대체할 현실적인 대안이 되려면 기술과 사업성 모두 충분히 성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 시연 단계를 넘어서는 일정에 대해서는 확정적인 시점을 전제로 계획을 세우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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